회사 문을 마지막으로 나서는 순간, 앞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을지 묻는 질문이 가장 먼저 통장 잔고를 향해 날아옵니다.
사표를 꺼내기 전, 불안 대신 계산된 자신감을 준비하는 과정이 40대 이후 삶의 리듬을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1. 40대 사직 전, 생활비 버퍼는 몇 년 치가 안전할까? 💼
40대에 사직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벌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기간’입니다. 같은 연봉 6,000만 원이라고 해도, 생활비 버퍼가 6개월인 사람과 3년인 사람의 선택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사직을 감정이 아닌 기간과 숫자로 번역하는 작업이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일반적으로 재무 설계에서 말하는 권장 비상 생활비는 6개월~1년치입니다. 하지만 40대 사직은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경력 전환·창업·재충전 등 불확실한 시간이 길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1년, 가능하면 2~3년치 기본 생활비를 안전선으로 많이 잡습니다. 이때 ‘연봉 기준 몇 퍼센트’보다 ‘나의 실제 월평균 지출액 × 유지하고 싶은 개월 수’가 훨씬 현실적인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43세 직장인 A씨가 최근 1년간 실제 지출을 정리해 보니, 평균 월 260만 원(주거비 90, 생활비 120, 교육비 30, 기타 20)이 나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년치 생활비는 약 3,120만 원, 2년치면 6,240만 원입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부모님 지원, 차량 교체 같은 예기치 않은 지출을 고려한다면 최소 500만~1,000만 원 정도의 추가 버퍼를 얹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 소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직 후에는 출퇴근 비용, 점심값, 야근 택시비, 회식비처럼 직장 생활에서만 발생하던 지출이 크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비와 전기료 같은 항목은 다소 늘 수 있습니다. 즉, 사직 전과 후의 생활비 구조는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생활비”와 “사직 후 조정한 생활비”를 각각 따로 계산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① 최근 6~12개월간 카드·통장 거래내역을 내려 받아 평균 월 지출을 계산합니다.
② 사직 후 줄어들 지출(출퇴근·회식·업무 관련 구독 등)과 늘어날 지출(가족과 보내는 시간, 자기계발, 취미 등)을 따로 표시합니다.
③ 조정된 월 지출 × 최소 18개월, 여유 있게는 24~36개월을 계산해 보고, 현재 자산으로 가능한 기간을 비교해 봅니다.
만약 지금 가진 현금성 자산으로 1년치 생활비밖에 확보되지 않는다면, 사직 시점을 늦추거나 혹은 부분 근로·프리랜서 수입·배우자 소득 등과 함께 조합해 ‘현금흐름 플랜’을 다시 짜야 합니다. 40대 이후에는 재취업까지의 기간이 예전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통계 자료를 보면, 40대 이후 경력 단절 후 재취업까지 1년 이상이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1) 현재 현금·예적금·단기 금융상품을 모두 합쳤을 때, 생활비 기준 몇 개월 버틸 수 있는지 숫자로 적어 봅니다.
2) ‘이 정도면 2년은 버틴다’는 수준이 나왔을 때, 그 안에 내가 만들고 싶은 수입원(전환 취업, 자격증 취득, 창업 테스트 등)을 구체적으로 한 줄씩 적어 놓으면 마음이 훨씬 안정됩니다.
결국 40대 사직의 첫 관문은 ‘버틸 수 있는 기간’과 ‘다시 벌어들일 수 있는 계획’을 나란히 놓고 보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가 숫자로 명확해질수록, 사직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준비된 선택에 가까워집니다.
2. 고정지출·변동지출 쪼개 보기: 현실적인 월 생활비 계산법 📊
생활비를 몇 년 치 확보해야 할지 계산하려면, 먼저 매달 나가는 돈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300만 원이라도, “어떻게 줄일 수 있는 지출인가”에 따라 사직 후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정지출·반고정지출·변동지출 세 가지로 나누어 보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고정지출은 집세, 대출 원리금, 보험료, 정기 구독료처럼 매달 비슷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항목입니다. 반고정지출은 통신비, 교통비, 교육비처럼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지만 바로 줄이기는 어려운 항목입니다. 변동지출은 외식, 쇼핑, 취미, 여행처럼 상황에 따라 가장 크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구분을 잘 해두면 사직 후 ‘필수 생활비’와 ‘조정 가능한 생활비’를 따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12월까지의 카드 명세서를 엑셀로 내려받은 뒤, 항목별로 색을 칠해 보겠습니다. 주거 관련(파란색), 교통·통신(초록색), 식비(노란색), 여가·쇼핑(주황색), 교육·의료(보라색)처럼 구분하면, 한눈에 어느 영역에서 지출이 큰지 볼 수 있습니다. 6개월 정도만 해도 패턴이 보이고, 1년치를 보면 사소한 구독료나 잊고 있던 자동이체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실제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45세 직장인 B씨의 최근 6개월 평균 지출을 정리해 보니, 고정지출 150만 원(전세대출 이자 60, 보험료 35, 적금 30, 구독·관리비 25), 반고정지출 80만 원(통신비 12, 교통비 18, 교육비 30, 기타 20), 변동지출 90만 원(외식·식재료 60, 쇼핑 20, 기타 10)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 일단 고정지출 150만 원을 기준으로 최소 생활비를, 반고정·변동지출까지 합한 320만 원을 현재 생활비로 볼 수 있습니다.
① 고정지출에서 꼭 필요한 보험만 남기고, 선택성 높은 상품은 조정했을 때 얼마가 되는지 계산합니다.
② 반고정지출 중 교육비·통신비는 10~20%만 줄여도 체감이 큽니다. 예를 들어 통신비를 월 14만 원에서 9만 원으로 줄이면 5만 원 × 24개월 = 120만 원이 됩니다.
③ 변동지출은 외식 횟수, 쇼핑 예산 상한을 정해 두고 한 달 30만 원까지 줄인 뒤, 1년 기준 얼마나 절약되는지 숫자로 확인해 봅니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현재 지출 320만 원을 사직 후 250만 원 또는 230만 원까지 줄이는 시나리오를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똑같이 5,000만 원의 생활비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320만 원 기준으로는 약 15~16개월, 230만 원 기준으로는 21~22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몇 년 치 생활비”는 결국 “월 몇 만 원으로 살 것인가”와 연결된 문제입니다.
“막연히 3년 치 생활비를 준비해야 한다고 들었을 땐 막막했는데, 실제로 내 지출 구조를 나눠서 계산해 보니 ‘2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부터 사직 고민이 두려움의 영역에서 계획의 영역으로 옮겨졌어요.”
1) 2023년 1월, 4월, 7월, 10월처럼 분기별 대표 월만 먼저 정리해도 전체 패턴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자동 분류 기능만 믿지 말고, 2~3개월 정도는 직접 카테고리를 손으로 고쳐 보면서 나에게 맞는 항목을 만들어 두면 이후 사직 여부와 상관없이 큰 자산이 됩니다.
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져도, 실제로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은 매우 강력합니다. 사직을 고민하는 40대라면, 통장과 카드 내역 한 번 정리하는 시간 덕분에 몇 천만 원의 의사결정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둘 만합니다.
3. 비상자금과 목돈 분리 전략: 예적금·MMF·단기채 활용법 💰
생활비를 몇 년 치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어디에 넣어 둘지에 따라 안전성과 유동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40대 사직 전에는 특히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비상자금”과 “중·단기 계획에 쓸 수 있는 자금”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모두 예금에 넣어두면 마음은 편하지만, 물가 상승과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3~6개월치 생활비는 언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요구불 예금, CMA, MMF처럼 유동성이 높은 상품에 두고, 나머지 1~2년치 생활비는 3개월·6개월·1년 만기 예금이나 단기채 위주로 계단식으로 나누는 방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렇게 하면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해졌을 때도 전액을 중도 해지하지 않고 일부만 깨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① 3개월치 생활비(예: 750만 원)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CMA·파킹 통장에 둡니다.
② 다음 9개월치(예: 2,250만 원)는 3·6·9개월 만기 예금과 MMF에 나누어 둡니다.
③ 그 이후 1년치(예: 3,000만 원)는 1년 만기 예금, 단기 회사채·국채형 상품에 배분해 두고,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상황에 맞게 재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44세 직장인 C씨가 사직을 1년 반 뒤로 잡고 6,000만 원의 생활비를 준비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중 1,000만 원은 CMA·파킹 통장에, 2,000만 원은 3·6개월 예금으로 쪼개고, 3,000만 원은 1년 만기 예금과 단기채 펀드에 5:5로 넣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어두면, 갑자기 500만 원이 필요해졌을 때 CMA·파킹 통장과 3개월 예금 일부만 활용하면 됩니다.
① 높은 수익률에 혹해서 주식·레버리지 ETF·코인 등에 비상자금을 넣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② 가족이나 지인의 급한 부탁으로 단기간에 돌려받는다는 전제의 ‘개인 대여’에 생활비 버퍼를 쓰는 것도 위험합니다.
③ 40대 이후에는 부모님 의료비, 자녀 교육비 변동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혹시 모를 일’을 최소 두 가지 이상 떠올려 보고 그에 맞는 여유분을 조금 더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비상자금은 이자를 얼마나 받느냐보다, 마음이 얼마나 편해지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통장을 바라볼 때마다 ‘이건 건드리지 않는다’는 규칙이 서면, 다른 투자나 경력 전환도 훨씬 담대하게 시도할 수 있습니다.”
1) 사직 후 1년 동안 들어올 수입(연금, 부업, 배우자 소득 등)을 보수적으로 계산해 본 뒤, 정말 ‘0원’이라고 가정해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합니다.
2)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면, 전체 생활비 중 30~40%는 단기 상품으로, 60~70%는 1년 이상 상품으로 나누어 평균 금리를 맞추는 전략도 고려할 만합니다.
이렇게 비상자금과 생활비 계단을 미리 만들어 두면, 사직 후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도 전체 계획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품 이름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느 통장에서 꺼내 쓸 것인지”를 미리 상상해 보는 일입니다.
4. 퇴직 후에도 끊기면 안 되는 보험 점검 체크리스트 🩺
40대 사직을 앞두고 보험을 점검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어디까지 유지해야 할까?”입니다. 월 보험료가 40만~60만 원 수준인 가구도 많기 때문에, 사직 후 생활비를 줄이려다 보면 보험부터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의료비·사고 리스크를 감안하면, 보험은 함부로 해지하기보다 ‘필수’와 ‘선택’으로 나누어 재구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우선 회사에서 단체보험으로 보장받던 내용이 사직과 함께 사라지는지, 혹은 일정 기간 연장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 단체보험은 퇴직 후 몇 개월까지 보장을 이어 주거나, 개인 전환 옵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모르고 있다가, 공백기간에 큰 병원비가 발생하면 생활비 버퍼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① 실손의료보험: 현재 보장 형태(구세대·신세대), 자기부담률, 갱신 주기를 확인합니다.
② 암·뇌·심장 진단비: 40대 이후 급증하는 3대 질환 보장 금액이 최소 3,000만~5,000만 원 수준인지 봅니다.
③ 소득보장보험(질병·상해): 사직 후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최소 생활비 수준의 월 보장이 가능한지 체크합니다.
④ 운전자·배상책임: 실제 운전 빈도와 가족 구성원의 활동 패턴에 맞는지 조정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46세 직장인 D씨는 사직을 앞두고 설계사와 함께 모든 보험을 검토한 결과, 월 62만 원이던 보험료를 39만 원 수준으로 낮추었습니다. 오래된 암보험과 중복되는 특약을 정리하고, 실손의료보험을 최신형으로 전환한 뒤, 소득보장보험에서 과도하게 높은 보장금을 줄이는 대신 기간을 조정한 결과였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1년 기준으로 약 276만 원의 생활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① 사직 예정일 최소 6개월 전, 여유가 있다면 1년 전에 보험 내역을 정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② 건강검진 결과가 좋은 시점에 보장을 늘려 두는 것이 유리하므로, 국가건강검진이나 회사 건강검진 직후를 활용하면 심사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③ 향후 5년 이내에 계획한 이직·창업·해외 체류가 있다면, 그 시나리오까지 설계사에게 미리 공유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해서 실손·3대 질환·소득보장까지 모두 해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 세 가지는 퇴직 후에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2) 반대로 치과·운전자·각종 부가 특약은 실제 사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줄여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중복 가입된 특약은 생활비를 잠식하는 숨은 구멍이 되기 쉬우므로 꼼꼼히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험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때때로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직 전 한 번의 점검만으로도 향후 10년치 의료·질병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까지 고려하면, 생활비 버퍼 못지않게 중요한 준비 항목입니다.
5.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3층 연금 구조 재점검하기 🧮
40대 사직 전 점검해야 할 또 하나의 큰 축은 노후 연금입니다. 지금은 당장 2~3년치 생활비가 더 시급해 보일 수 있지만, 60대 이후의 현금흐름을 어떻게 만들지에 따라 현재 사직 결정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특히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연금 구조’는 서로 연결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국민연금 예상연금액을 공단 홈페이지나 앱에서 조회해 보세요. 40대 중반이라면, 지금까지 납부한 금액과 앞으로 납부 계획에 따라 65세 이후 매월 수령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사직 후 소득이 줄더라도, 지역가입자로 전환하여 최소 금액만이라도 납부를 이어갈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납부 공백이 길어지면 향후 연금 수령액이 크게 줄기 때문입니다.
“40대에 잠깐 쉬었다가 나중에 다시 국민연금을 채우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실제 예상연금액을 확인해 보니 10년 뒤에 납부를 재개했을 때와 지금 꾸준히 유지했을 때의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퇴직연금의 경우,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DC·DB·IRP 형태로 쌓여 있던 금액을 사직과 함께 어떻게 가져올지가 중요합니다. 일시금으로 전부 찾아 생활비로 써 버리면, 장기적으로는 노후 준비에 큰 공백이 생깁니다. 가능하다면 퇴직연금을 개인형 IRP 계좌로 이전해 두고, 사직 후에도 장기 투자 관점에서 운용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① 현재 퇴직연금 잔액과 운용 상품 구성(예금·채권·주식 비중)을 확인합니다.
② 사직 후 IRP 계좌로 이전했을 때 세제 혜택(연말정산, 중도 인출 시 세금)을 어떻게 적용받는지 살펴봅니다.
③ 향후 15~20년을 바라보고, 연평균 어느 정도 수익률을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지 보수적으로 가정해 봅니다.
개인연금(연금저축, 변액연금, 즉시연금 등)은 계약 시점과 상품 구조에 따라 조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사직 전에 한 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2005년, 2010년처럼 오래전에 가입한 상품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비용 구조가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 유지한 덕분에 이미 해지 공제 기간이 끝나 있고, 향후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자산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① 국민연금공단에서 발급받는 예상연금 조회 내역(납부 기간·금액 포함).
② 퇴직연금·IRP 운용 보고서(최근 1년치 수익률, 상품별 비중).
③ 개인연금 계약서와 최근 2~3년치 연금 납입·수익 현황 자료. 이 세 가지만 모아도 전문가 상담 시 훨씬 구체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1) 47세 E씨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8년, 예상연금액이 65세 기준 월 78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사직을 2년 미루고, 그 기간 동안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최대한 채우기로 하면서, 예상연금액이 월 15만~20만 원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2) 반대로 이미 2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납부했고, 퇴직연금도 일정 수준 쌓여 있는 경우에는, 사직 시점을 앞당기되 개인연금 납입 구조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연금 관련 숫자를 실제로 적어 보고 나면, 사직 후 10년, 20년 뒤의 나와 가족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지금 당장의 불안 때문에 사직을 미루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새로운 경력을 위해 과감히 전환하는 것이 나은지 판단하는 데도 연금 정보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6. 사직 타이밍과 현금흐름 시뮬레이션: 3가지 시나리오 비교 🔍
이제 생활비 버퍼, 비상자금, 보험, 연금까지 큰 틀에서 살펴봤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언제 사직을 하는 게 가장 나은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지만, 현금흐름 시나리오를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즉시 사직”, “1년 뒤 사직”, “2년 뒤 준비 후 사직” 시나리오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 6,000만 원, 월 실수령 390만 원, 현재 현금성 자산 5,000만 원인 42세 직장인 F씨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생활비를 조정해 월 260만 원으로 맞출 수 있다고 하면, 지금 당장 사직할 경우 5,000만 원 ÷ 260만 원 ≒ 약 19개월을 버틸 수 있습니다. 반면 1년 뒤에 사직하고, 그동안 연간 2,000만 원을 추가로 저축한다면, 1년 뒤 보유 자금은 7,000만 원이 되고, 같은 생활비 기준으로 약 27개월을 버틸 수 있습니다.
① 각 시나리오마다 ‘퇴사 시점, 그때까지 모을 수 있는 자금, 사직 후 예상 월 지출, 버틸 수 있는 개월 수’를 한 줄씩 정리합니다.
② 즉시 사직 시에는 스트레스·건강 측면에서의 이점과, 재취업·창업 준비에 쓸 수 있는 시간을 함께 적어 봅니다.
③ 1~2년 뒤 사직 시에는 그 기간 동안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연금·퇴직금·경력 요소까지 고려해 숫자를 비교합니다.
이렇게 표처럼 비교해 보면, 지금 당장 사직해도 ‘최소 1년 이상은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수도 있고, 반대로 ‘조금만 더 준비하면 6개월 이상 여유가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와 사직 시점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든 감정이 아니라 숫자에 근거해 결정했다는 느낌을 갖는 것입니다.
① 사직 후 첫 6개월 동안의 최소 생활비 수준에 대해 합의합니다.
② 여행·취미·교육 등 줄일 수 있는 항목과, 절대 유지해야 할 항목을 구분해 합의문처럼 적어 둡니다.
③ “어느 수준까지 버티지 못하면 다시 취업을 시도한다”는 기준 시점을 미리 정해 두면, 후회와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즉시 사직: 현재 자금 5,000만 원, 월 생활비 260만 원, 예상 버틸 수 있는 기간 약 19개월, 대신 정신적 회복과 재정비 시간이 크게 늘어남.
2) 1년 뒤 사직: 1년간 추가 저축 2,000만 원, 총 자금 7,000만 원, 월 생활비 250만 원으로 조정 시 약 28개월, 대신 현재 스트레스를 1년 더 감수해야 함.
3) 2년 뒤 사직: 총 자금 9,000만 원 이상, 연금·퇴직금 추가 확보 가능, 대신 경력 전환 시기가 뒤로 밀리며 체력과 동기 측면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음.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든, 생활비 몇 년 치·보험·연금 상태를 숫자로 정리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큽니다. 사직 후의 삶은 결국 통장 속 숫자와 그 숫자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의 파도 한가운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종이와 펜, 혹은 엑셀 파일을 꺼내 보는 일입니다.
✅ 마무리
40대 사직은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의 삶의 구조를 바꾸는 결정입니다. 그래서 생활비 몇 년 치를 준비했는지, 비상자금을 어디까지 분리했는지, 보험과 연금이 어떤 형태로 나를 지켜줄 것인지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오늘 당장 카드·통장 내역을 내려받아 지출 구조를 나눠 보고,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숫자로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직은 조금 더 준비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보다 잘 준비돼 있었네”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숫자를 통해 확인된 현실은 불안을 줄이고 선택의 폭을 넓혀 줍니다. 생활비·보험·연금 점검이라는 세 가지 축을 차례로 살펴본 뒤에는, 사직 시기를 당기거나 미루는 결정도 훨씬 담담하게 내릴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무엇을 감당할 수 있고,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 시간만 투자해 통장과 연금을 들여다보면, 내일의 사직 고민은 조금 더 선명한 방향을 갖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