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냐 월세냐의 갈림길은 숫자를 세우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복잡해 보이는 조건도 환산율과 실부담만 분리하면, 선택은 예상보다 또렷해집니다.
① 전세 vs 월세, “비용”을 같은 저울에 올리는 법 🧭
전세와 월세를 비교할 때 가장 흔한 함정은, 서로 다른 단위를 그대로 놓고 감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전세는 “목돈”이 한 번 크게 움직이고, 월세는 “흐르는 비용”이 매달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느낌상 전세는 든든해 보이고, 월세는 아까워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은 감정이 아니라 같은 단위(연간 비용, 혹은 월 비용)로 바꾸는 순간부터 선명해집니다. 전세는 “묶인 보증금이 만들어내는 이자·기회비용”을 비용으로 보고, 월세는 “월 납부액 + 보증금 묶임 비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즉, 둘 다 결국은 돈이 묶이거나 빠져나가는 속도를 비교하는 작업입니다.
전세는 월 납부가 없어서 체감이 약하지만, 보증금이 묶이는 동안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이 사라집니다. 월세는 납부가 분명해서 체감이 강하지만, 보증금이 낮아지며 생기는 유동성이 장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월 지출”이 아니라 1년 기준으로 합산하면 왜곡이 크게 줄어듭니다.
전세의 비용을 계산하는 핵심은 하나입니다. “전세보증금이 내 돈이라면, 그 돈을 다른 곳에 두었을 때 기대되는 수익(또는 대출 이자)을 포기하는 비용”이 전세의 실질 비용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실제로 쓰는 자금 구조입니다. 전세자금대출을 쓰면 이자 부담이 곧 비용이고, 내 현금을 더 많이 넣으면 기회비용이 커집니다.
월세는 계산이 더 쉬운 듯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월세는 “월세 자체”만 보면 전세가 항상 유리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월세를 택하면서 보증금이 줄어든 만큼 내 통장에 남는 돈이 생기고, 그 돈을 예금으로 굴리거나 투자·비상금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월세 비교에서도 “보증금 차액이 만든 효과”를 반드시 반영해야 합니다.
전세는 보증금이 크기 때문에 회수 리스크가 핵심입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기부상 선순위 권리, 임대인의 세금 체납 가능성 같은 요소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위험 프리미엄입니다. 월세는 상대적으로 회수 리스크가 줄어드는 대신, 매달 고정지출이 커져 현금흐름 리스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사용하는 비교 흐름은 크게 두 단계입니다. 첫째, 환산율(전월세 전환율)로 전세·월세를 같은 형태로 바꿉니다. 둘째, 내 상황(대출 금리, 보증금 마련 방식, 투자 성향)을 넣어서 “실부담”을 계산합니다. 이 두 단계를 거치면, ‘누가 뭐래도 전세가 답’ 같은 문장 대신 내 케이스에서 답이 나옵니다.
아래의 예시는 현실 감각을 위해 숫자를 구체화해 보겠습니다. 같은 동네, 같은 평형, 비슷한 컨디션의 집이 두 가지 조건으로 나왔다고 가정합니다.
| 비교 대상 | 조건 | 메모 |
|---|---|---|
| 전세 | 보증금 2억 2,000만 원 | 월 납부 0원 |
| 월세 | 보증금 5,000만 원 + 월세 85만 원 | 보증금 차액 1억 7,000만 원 |
※ 위 숫자는 설명용 예시입니다. 실제 매물은 관리비, 옵션, 주차, 신축 여부에 따라 체감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제 질문이 바뀝니다. “월세 85만 원이 비싼가?”가 아니라, “보증금 1억 7,000만 원을 더 묶어두는 대신 월세를 없애는 선택이, 내 금리·내 투자 성향·내 생활비 구조에서 유리한가?”가 됩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환산율과 실부담이라는 두 개의 렌즈가 필요합니다.
② 환산율(전월세 전환율)로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계산 🧮
환산율(전월세 전환율)은 전세와 월세를 같은 언어로 번역해 주는 도구입니다. 핵심 개념은 “보증금이 1억 원 늘어날 때, 월세가 얼마나 줄어드는가”를 이자율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즉, 보증금 차액이 만들어내는 월세 변화를 연이율로 바꾼 값이 환산율입니다.
가장 기본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환산율(%) = (월세 × 12) ÷ (보증금 차액) × 100
보증금 차액 = (전세 보증금) - (월세 보증금) 또는 비교하는 두 계약의 보증금 차이
이 공식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보증금을 더 넣는 대신 매달 내던 월세가 줄어든다면, 그 “줄어든 월세”를 1년치로 환산했을 때 보증금 차액 대비 몇 %인지 보는 것입니다. 이 값이 높을수록 월세가 ‘비싸게’ 책정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낮을수록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시장 상황(공급 부족, 특정 학군 선호, 신축 프리미엄)에 따라 수치가 왜곡될 수 있으니, 반드시 같은 단지·비슷한 컨디션끼리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예시를 그대로 넣어 계산해 보겠습니다. 전세 2억 2,000만 원과 월세(보증금 5,000만 원 + 85만 원)의 차액은 1억 7,000만 원입니다. 월세 85만 원을 연으로 바꾸면 1,020만 원입니다. 이제 환산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환산율 = (85만 원 × 12) ÷ 1억 7,000만 원 × 100
연 월세 합계는 1,020만 원이고, 보증금 차액이 1억 7,000만 원이므로, 환산율은 대략 6% 수준으로 나옵니다. 즉 “보증금 1억 7,000만 원을 더 넣는 대가로 연 1,020만 원의 월세를 아끼는 구조”라고 읽으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시장 조건”을 번역한 것에 가깝습니다. 다음은 “내 조건”을 넣어 해석하는 단계입니다. 예컨대 내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5%라면, 환산율 6%는 월세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현금이 부족해 대출을 크게 받아야 하고, 금리가 6%를 넘어간다면, 전세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환산율을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월세를 전세로 환산”하는 방법, 둘째는 “전세를 월세로 환산”하는 방법입니다. 목적이 다르니 계산도 다르게 씁니다.
- ① 월세를 전세로 환산(전세 등가 보증금)
월세를 없애려면 보증금을 얼마나 더 넣어야 하는지 감을 잡을 때 씁니다. 보증금 차액에 환산율을 적용해 월세가 형성되므로, 내가 허용하는 환산율을 기준으로 “이 월세는 보증금으로 얼마짜리인가”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내 대출금리(또는 기대수익률)”을 환산율로 보고, 그 환산율에서 월세가 적정한지 판단합니다. - ② 전세를 월세로 환산(전세의 월 비용)
전세보증금이 크면 “월세로 치면 얼마냐”가 궁금해집니다. 이때 전세금에 내가 적용할 이율(대출이자 또는 기회비용)을 곱해 월 비용으로 바꿉니다.
예: 전세금 2억 2,000만 원에 내 기회비용 4%를 적용하면 연 880만 원, 월 약 73만 원의 비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가 있습니다. “공식이 맞으면 답도 맞다”가 아니라, 어떤 이율을 쓰느냐가 답을 바꿉니다. 시장 환산율은 매물 조건·수급에 영향을 받고, 내 이율은 대출·투자·안전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환산율은 단독 결론이 아니라 비교의 출발점입니다.
일부 임대차 영역에서는 전월세 전환율의 상한 기준이 법령·고시·판례 해석에 의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기준이 되는 금리 + 가산금리” 형태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시점·계약 형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전에는 해당 시점의 공식 안내(정부·지자체·공공기관), 공인중개사 설명, 계약서 특약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숫자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내가 체감하는 합리성’과 ‘법적 안전장치’를 함께 보세요.
이제 환산율이 “시장의 언어”라는 감이 잡히면, 다음 단계는 “내 지갑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같은 환산율 6%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전세가 편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월세가 살아남는 길이 됩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게 실부담입니다.
③ 실부담 비교: 이자·기회비용·세금·유동성까지 한 장에 💰
실부담 비교는 “월세 얼마 vs 전세 얼마”처럼 단순한 줄세우기가 아닙니다. 실부담은 크게 네 층으로 나뉩니다. (1) 대출 이자 또는 기회비용, (2) 매달 현금흐름 압박, (3) 리스크(회수/이사/금리), (4) 숨은 비용(세금, 이사비, 중개수수료, 관리비 차이)입니다.
우선 가장 큰 축은 자금 조달 구조입니다. 전세를 위해 내 현금 8,000만 원 + 전세자금대출 1억 4,000만 원을 쓰는 사람과, 전세를 위해 내 현금 2억 원을 통째로 묶는 사람의 비용 구조는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대출 이자가 뼈대가 되고, 후자는 기회비용이 뼈대가 됩니다.
“전세가 싸 보이는 순간은, 묶인 돈의 가격표를 아직 붙이지 않았을 때다.”
실부담을 계산하는 데 유용한 방법은 ‘연간 비용’으로 정리한 뒤, 마지막에 월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아래는 비교를 단순화한 형태의 틀입니다.
| 항목 | 전세(연간) | 월세(연간) |
|---|---|---|
| 대출이자(있다면) | 전세대출잔액 × 금리 | 월세보증금대출(있다면) × 금리 |
| 기회비용(현금 투입분) | 현금투입액 × 기대수익률 | 현금투입액 × 기대수익률 |
| 월세 | 0 | 월세 × 12 |
| 리스크 프리미엄(가정) | 회수·공실·이사 비용을 보수적으로 반영 | 현금흐름 압박·인상 리스크 반영 |
이 표를 실제 숫자로 채워 보면, ‘느낌’이 ‘계산’으로 바뀝니다. 예를 들어 다음처럼 설정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설명을 위해 단순화한 예시이며, 개인별 조건에 맞게 조정하면 됩니다.)
- 전세(2억 2,000만 원): 내 현금 9,000만 원 + 전세대출 1억 3,000만 원, 금리 4.2%
- 월세(보증금 5,000만 원 + 85만 원): 내 현금 5,000만 원(보증금), 남는 현금 4,000만 원은 연 3.2% 예금으로 운용
- 기대수익률(보수적): 현금의 기회비용은 연 3.2%로 동일 적용
이 조건에서 전세의 연간 이자비용은 1억 3,000만 원 × 4.2% = 546만 원입니다. 전세에 묶인 내 현금 9,000만 원의 기회비용은 288만 원(= 9,000만 × 3.2%)입니다. 합치면 전세의 연간 부담은 약 834만 원, 월로 환산하면 약 69.5만 원입니다.
월세는 연 월세 1,020만 원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보증금 5,000만 원의 기회비용은 160만 원(= 5,000만 × 3.2%)입니다. 대신 전세 대비 남는 현금(여기서는 4,000만 원)을 예금으로 굴리면 연 128만 원의 이익이 생깁니다. 따라서 월세 측의 ‘순부담’은 1,020만 + 160만 - 128만 = 1,052만 원, 월로 약 87.7만 원 수준으로 보입니다.
월세를 택하면 전세 대비 목돈이 남습니다. 이 돈을 그냥 통장에 두면 비교가 전세 쪽으로 기울고, 반대로 과도한 투자수익률(예: 연 10% 고정)을 가정하면 월세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법은 내가 실제로 선택할 운용처(예금, CMA, 단기채, 적립식 투자 등)의 기대값을 넣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놓칩니다. 바로 “리스크의 무게”입니다. 전세는 보증금이 크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실부담 계산이 아무리 좋아도 불안 비용이 커집니다. 반대로 월세는 보증금이 적어 마음이 가벼울 수 있지만, 월 납부액이 커지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직 공백, 병원비)에서 타격이 커질 수 있습니다.
“주거는 투자 상품이 아니라 생활의 바닥이다. 바닥이 흔들리면 숫자는 의미를 잃는다.”
따라서 실부담 비교에는 ‘결정 규칙’을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요.
- 1) 안전장치 점수: 전세보증보험 가능, 선순위 권리 단순, 임대인 신뢰도, 확정일자·전입신고 등 기본 요건 충족 여부
- 2) 현금흐름 여유: 월세를 내고도 비상금·저축·보험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 3) 이동 가능성: 1~2년 내 이사 가능성이 높다면, 보증금 회수의 번거로움과 중개수수료를 어떻게 볼지
- 4) 금리 민감도: 변동금리 비중이 큰지, 금리 상승 시 버틸 수 있는지
실부담의 결론은 ‘전세가 월세보다 월 18만 원 정도 싸네’처럼 나오기도 하고, ‘돈은 비슷한데 마음이 다르네’처럼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전세의 비용이 낮게 나왔더라도, 안전장치가 불충분하면 그 차이는 쉽게 무의미해집니다. 그래서 다음 섹션에서는 아예 “답이 나오도록” 체크리스트 형태로 결론을 만드는 프레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④ 한 번에 답 나오게 하는 체크리스트(결정형 프레임) ✨
계산이 길어지는 이유는 대개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가 흐릿하기 때문입니다. 전세 vs 월세의 핵심은 단 하나, 내가 감당 가능한 리스크를 포함했을 때도 더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입니다. 아래 프레임은 스스로 결론을 빠르게 내리도록 설계한 결정형 체크리스트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즉시 탈락 조건’을 확인하고, 그다음 ‘비용 비교’를 하고, 마지막으로 ‘미래 시나리오’를 넣습니다. 세 단계 중 하나라도 경고가 강하면, 비용이 조금 유리해도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1) 안전장치(탈락 조건) → 2) 실부담(연간 비용) → 3) 시나리오(이사·금리·소득 변동)
이 순서로만 돌리면, “전세가 좋아 보이는데 찜찜” 같은 감정을 구조화해 결론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 등기부 등본에서 선순위 권리(근저당, 가압류 등)가 복잡하거나, 보증금이 선순위 채권에 비해 불리하다면 경고 신호입니다.
-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불가 사유(불법 건축물, 권리관계, 집주인 동의 이슈 등)가 있다면 보수적으로 접근하세요.
- 특약에 보증금 반환 일정, 하자 책임, 중도해지 시 처리, 보증보험 가입 협조 등이 명확하지 않다면 반드시 문장으로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 안전장치가 불충분하면 ‘전세의 저렴함’은 순식간에 ‘스트레스 비용’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전세가 유리한지 여부는 조건이 아니라 매물의 안전성과 내 자금 구조가 만듭니다. 같은 전세금이라도 권리관계가 깔끔한 집은 비용이 더 높아도 총합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렴한 전세가 시장에 나오는 이유를 먼저 의심해 보는 태도가 오히려 경제적입니다.
- 전세 실부담(연) = 전세대출이자(있다면) + 현금투입 기회비용 - (전세금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혜택/지원금이 있다면 반영)
- 월세 실부담(연) = 월세×12 + 보증금 기회비용 - (전세 대비 남는 현금의 운용수익)
- 결론 = 월세 실부담 - 전세 실부담 (양수면 전세가 유리, 음수면 월세가 유리)
여기서 “기회비용”이 어렵게 느껴지면, 두 개의 이율만 정하면 됩니다. 하나는 내 대출금리, 다른 하나는 내 보수적 기대수익률입니다. 기대수익률은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것’으로 잡아야 합니다. 예금·적금 수준이면 그 수준으로, 투자 계획이 있더라도 변동성이 큰 상품이라면 보수적으로 낮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간 비용 차이가 미미하게 나오면(예: 월 5만~10만 원 수준), 그때는 마음이 아니라 현금흐름 여유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예기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 흔들리지 않는 쪽이 장기적으로 비용도 줄입니다.
- 이사 가능성: 이직·결혼·출산·학군 변경이 1년 내 현실적이면, 보증금 회수 일정과 중개수수료를 보수적으로 반영하세요.
- 금리 변화: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면, 금리가 1%p 오를 때 연 부담이 얼마 늘어나는지 계산해 두면 결론이 빨라집니다.
- 소득 공백: 2~3개월 소득 공백이 와도 월세를 낼 수 있는지, 비상금이 얼마나 버텨주는지 점검하세요.
이 프레임대로 하면, 계산은 길어져도 결론은 빨라집니다. “전세가 조금 싸다”가 아니라 “안전장치 통과 + 금리 1%p 상승에도 견딤 + 월세 대비 월 15만 원 절감” 같은 형태로 답이 나옵니다. 이제 다음 섹션에서는 사람마다 결론이 갈리는 대표 시나리오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⑤ 상황별 결론이 갈리는 지점: 신혼·이직·자녀·투자 계획 🏠
전세 vs 월세는 정답이 하나가 아닙니다. 특히 “앞으로 1~2년의 생활 변화”가 있는 사람에게는, 비용보다도 유연성이 큰 가치가 되기도 합니다. 아래는 결론이 자주 갈리는 상황들을 모아, 어떤 질문을 던지면 답이 빨라지는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1) 신혼·동거 시작은 집의 조건이 자주 바뀌는 시기입니다. 처음에는 직장 접근성과 생활 패턴을 맞추는 게 중요하고, 1년만 살아도 ‘진짜 필요한 것’이 보입니다. 이때 전세로 큰 돈을 묶어두면 심리적으로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집을 바꾸기 어려움”이라는 비용이 생깁니다. 월세는 비용이 더 들 수 있어도, 더 빠르게 최적의 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2) 이직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계약기간 리스크”가 커집니다. 전세는 중도 해지 시 보증금 반환 협의가 필요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월세는 중도 해지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조건에 따라 위약 조항이 있을 수 있으니 특약 확인이 필수입니다. 결론을 내릴 때는 ‘월 10만 원 차이’보다 ‘이사 한 번의 비용’이 더 큰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3) 자녀 계획·학군 고려가 들어오면, 주거의 우선순위가 “집 자체”에서 “동네의 환경”으로 이동합니다. 특정 지역은 월세가 유독 높거나 전세 물량이 얇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환산율은 시장 수급을 그대로 반영하므로 높게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중요한 건 “이 환산율이 비합리적인가?”가 아니라, “이 환경을 누릴 가치가 내 가계에 가능한가?”입니다.
월세를 택할지 고민된다면 먼저 고정지출 비율을 계산해 보세요. (월세+관리비+대출이자+보험료) ÷ (월 실수령) 값이 높을수록, 작은 사건에도 흔들립니다. 이 비율이 내려가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일 때가 많습니다.
4) 투자 계획이 있는 사람은 월세 선택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세로 목돈을 묶어두면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급한 시기에 유동성 확보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월세로 남는 현금을 운용할 수 있다면, ‘주거비가 비싸진 대신 자산이 빨리 쌓이는’ 구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대수익률을 과장하면 안 됩니다. 투자 성과는 변동성이 크고, 생활비는 고정이기 때문입니다.
5) 안전이 최우선인 사람에게는 숫자가 조금 불리해도 선택이 분명해집니다. 전세보증보험이 어렵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한 매물이라면, 월세가 더 비싸더라도 마음의 안정이 큰 자산이 됩니다. “잘못된 전세 한 번”이 “몇 년치 월세 차이”를 삼키는 사례는 현실에서 반복됩니다. 비용 계산은 안전장치 위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환산율이 낮고 전세 실부담이 좋아 보이는 매물은 보통 “무언가 이유가 있는 가격”일 때가 있습니다. 수리·하자·채권관계·임대인 상황 같은 요소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 가격이 싸다는 사실 자체를 단서로 삼아 확인 항목을 늘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황별로 보면 결론이 단순해집니다. “내가 2년간 안정적으로 살 확률이 높고, 안전장치가 튼튼하며, 금리도 감당 가능하다”면 전세가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동 가능성이 높고, 현금흐름이 중요하며, 유동성이 자산이 되는 시기”라면 월세가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섹션에서, 내 숫자만 넣으면 결론이 나오도록 템플릿 형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⑥ 계산 템플릿: 내 숫자만 넣으면 끝나는 표와 주의사항 📌
아래 템플릿은 복잡한 조건을 한 번에 정리하기 위한 “빈칸 채우기” 방식입니다. 메모 앱이나 엑셀, 종이에 그대로 옮겨 적어도 됩니다. 핵심은 “전세·월세를 같은 기준(연간 비용)으로 바꾸고, 마지막에 안전장치와 시나리오를 덧붙이는 것”입니다.
보증금 차액 = 전세보증금(____원) - 월세보증금(____원) = ____원
연 월세 = 월세(____원) × 12 = ____원
환산율 = (연 월세 ÷ 보증금 차액) × 100 = ____%
환산율은 “이 매물이 시장에서 어떤 언어로 가격이 매겨졌는지”를 알려주는 힌트입니다.
전세대출잔액 ____원 × 금리 ____% = 연 이자 ____원
내 현금투입 ____원 × 보수적 기대수익률 ____% = 연 기회비용 ____원
전세 실부담(연) = 연 이자 + 연 기회비용 = ____원
전세 실부담(월) = 전세 실부담(연) ÷ 12 = ____원
연 월세 = 월세 ____원 × 12 = ____원
월세 보증금 기회비용 = 보증금 ____원 × 기대수익률 ____% = 연 ____원
전세 대비 남는 현금 = (전세 투입 총액 - 월세 투입 총액) = ____원
남는 현금 운용수익 = ____원 × 운용수익률 ____% = 연 ____원
월세 실부담(연) = 연 월세 + 보증금 기회비용 - 남는 현금 운용수익 = ____원
월세 실부담(월) = 월세 실부담(연) ÷ 12 = ____원
차이(연) = 월세 실부담(연) - 전세 실부담(연)
차이가 양수면 전세가 비용 측면에서 유리, 음수면 월세가 유리합니다. 다만 안전장치·현금흐름·이사 가능성 점검에서 경고가 크면, 비용 차이가 있어도 결론은 바뀔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관리비·주차·옵션(에어컨, 붙박이, 빌트인) 차이는 월세의 체감 비용을 바꿉니다. “월세 10만 원 차이”가 사실은 “관리비 12만 원 차이”로 상쇄될 수 있습니다. 둘째, 계약 갱신 가능성과 인상 폭은 현금흐름을 바꿉니다. 셋째, 전세는 보증금 반환 일정이 생명입니다. 만기 시점에 집주인이 돌려줄 자금 마련이 가능한 구조인지, 선순위 권리 변동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전세대출을 쓴다면, 금리가 1%p 오를 때 연 이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즉시 계산해 보세요. 예를 들어 대출 1억 3,000만 원이라면 1%p는 연 130만 원, 월 약 10만 8천 원입니다. 이 변화가 전세의 우위를 지워버린다면, 전세 선택은 금리 리스크에 민감한 결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답이 나왔는데도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비용 차이를 다시 보지 말고, 주거가 내 삶에 주는 안정감을 다시 보세요. 전세는 ‘안정’이 아니라 ‘안전장치가 있을 때 안정’이고, 월세는 ‘손해’가 아니라 ‘유연성과 유동성을 사는 비용’일 수 있습니다. 내 숫자와 내 생활을 같은 화면에 띄우면, 결론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마무리
전세와 월세를 고르는 순간, 사실 우리는 “집”이 아니라 돈의 흐름과 불안의 크기를 함께 고르고 있습니다. 환산율은 시장이 매긴 번역값이고, 실부담은 내 지갑이 느끼는 진짜 무게입니다. 둘을 분리해 놓고 보면, 전세가 유리한 이유도 월세가 납득되는 이유도 더 이상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설명됩니다.
결론을 빠르게 내리고 싶다면 순서를 기억하세요. 안전장치(탈락 조건)를 먼저 통과시키고, 그다음 연간 실부담으로 공정하게 비교한 뒤, 마지막으로 이사·금리·소득 시나리오를 얹어 보세요. 비용 차이가 작다면 현금흐름 여유가 큰 쪽이, 비용 차이가 크다면 안전장치가 탄탄한 쪽이 대체로 만족도를 높입니다.
숫자는 차갑지만, 선택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내 조건으로 계산한 결과를 믿고, 그 위에 내 생활의 우선순위를 올려두세요.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불안을 줄이고, 생활의 바닥을 단단하게 해주길 바랍니다.
계산이 끝나는 순간, 선택은 더 가벼워지고 생활은 더 단단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