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영수증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 한 번쯤은 겪어 보셨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제도와 정보를 제대로 붙잡으면 의료비라는 파도도 조금씩 잔잔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① 저소득 가구 의료비 부담, 어디서 시작되나요? 💊
월급날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금액은 그대로인데, 병원비 한 번 나갈 때마다 통장이 비어 가는 속도는 더 빨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자녀가 아프거나 만성질환을 가진 가족이 있을수록 “다음 달 카드값을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죠.
저소득 가구가 느끼는 의료비 부담은 단순히 수술비나 입원비 때문만이 아닙니다. 병원에 가기까지의 교통비, 회사나 아르바이트를 쉬면서 줄어드는 소득, 보호자가 함께 병원에 머물며 생기는 간접비까지 모두 한꺼번에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료비 문제는 언제나 생활비, 주거비, 교육비와 한 덩어리로 얽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지 제도에서 말하는 저소득 가구는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예: 40%, 50%, 60% 이하 등)을 기준으로 나뉘지만, 건강보험 지원·상병수당·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각각 기준과 대상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서 안 되겠지” 하고 단정하기보다, 각 제도의 소득·재산 기준을 따로 확인해 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의료비를 이루는 요소를 크게 나누면 네 가지입니다. 건강보험료, 병원에서 결제하는 본인부담금(급여), 급여가 아닌 비급여 항목, 그리고 교통·간병비와 같은 부수 비용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제도들은 주로 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 그리고 고액 의료비에 집중되어 있고, 여기에 상병수당처럼 아예 일을 못 하는 기간의 소득 공백을 메우는 제도도 더해집니다.
많은 분들이 “국민건강보험이 있다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내야 하지?”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이 모든 비용을 덮어 주는 것은 아니고, 진료비의 일부만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비급여 진료(선택 진료, 일부 검사·치료 등)는 건강보험이 아예 지원하지 않아 100%를 부담해야 합니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비급여 진료가 부담스러워 필수 치료를 미루기도 합니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저소득층, 고액 진료비,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을 각각 겨냥한 여러 안전망이 이미 존재하고, 이 안전망을 함께 엮어 쓰면 체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한 달간 병원비 명세서를 모아서 급여/비급여, 약값, 교통비를 따로 표시해 보세요. 예를 들어 2025년 1월에 김○○ 씨 가족이 쓴 의료비를 나누어 보니, 급여 23만 원, 비급여 12만 원, 약값 5만 원, 교통비 3만 원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조를 한 번 나누어 봐야 어떤 제도를 쓰면 도움이 될지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라면 건강보험이 아닌 의료급여 대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동네의원 본인부담금이 1,000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고, 입원비 부담도 현저히 낮아집니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주민센터나 복지로 사이트에서 본인 자격을 확인할 수 있으니 한 번만 확인해도 향후 의료비 계획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 가구가 ‘건강보험 가입자’인지 ‘의료급여 수급권자’인지, 그리고 현재 건강보험료가 얼마인지 파악해 두면 뒤에서 살펴볼 건강보험료 경감, 상병수당,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사용할 때 기준을 읽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 급여 : 건강보험에서 일정 부분을 부담해 주는 진료. 환자는 일부만 본인부담금으로 냅니다.
- 비급여 :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진료·검사·치료. 환자가 100% 부담합니다.
- 의료급여 :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별도 제도. 건강보험보다 본인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 저소득 가구 : 법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 가구를 말합니다.
② 건강보험료 경감과 본인부담 상한제 활용법 🩺
저소득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면, 우선 매달 나가는 건강보험료부터 조정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재산이 줄어들었는데도 예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어 있을 수 있고, 직장가입자는 소득이 크게 줄었을 때 추가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3월에 자영업을 하던 박○○ 씨는 매출 감소로 소득이 반 토막이 났는데도, 2023년 소득 기준으로 계산된 건강보험료 18만 원을 그대로 내고 있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소득 감소 자료(사업자 통장, 부가세 신고서 등)를 제출해 재산·소득 재조정을 신청하자, 3개월 뒤 보험료가 10만 원대로 떨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변경은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으므로, ‘신청’이 핵심입니다.
실직, 휴·폐업, 소득 급감(매출 30% 이상 감소 등)이 발생했다면 1~2개월 안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나 고객센터(1577-1000)에 문의해 보세요. 보통 실직일이 2025년 6월 15일이라면, 7월·8월 보험료부터 경감이 적용되도록 조정해 주는 식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로 꼭 챙겨야 할 제도가 본인부담 상한제입니다. 이 제도는 한 해 동안 본인이 부담한 급여 의료비가 소득 수준에 따라 정해진 ‘상한액’을 넘으면, 넘는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저소득층일수록 상한액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일정 금액 이상은 더 내지 않도록 막아 줍니다.
중요한 점은, 상한제 환급을 받으려면 처음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급여 진료로 결제해야 하고, 영수증에 본인부담금이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비급여는 아무리 많이 써도 상한제 계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큰 수술이나 입원이 예상될 때는 비급여 항목을 꼭 구분해서 설명을 요청해야 합니다.
매년 1~2월경, 공단에서 전년도 상한제 초과액을 계산해 환급을 진행합니다. 이때 반환 계좌가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안내 우편만 받고 오랫동안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단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본인 명의 계좌를 미리 등록해 두면, 2024년에 쓴 의료비 초과분이 2025년 여름쯤 자동으로 입금되는 식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병원비를 줄이는 가장 쉬운 출발점은, 이미 나간 돈이라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알고 챙기는 것입니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그중에서도 놓치면 아쉬운 ‘숨은 캐시백’에 가깝습니다.”
- 사례 : 2024년 기준 중위소득 50% 수준 A 가구, 연간 급여 본인부담금이 총 600만 원 발생
- 상한액 : 해당 소득 구간 상한액이 200만 원이라면, 600만 원 - 200만 원 = 400만 원을 환급 대상 금액으로 계산
- 절차 : 대부분의 경우 공단에서 자동으로 계산해 우편·문자로 안내하며, 계좌 등록이 되어 있으면 별도 신청 없이도 입금
연말정산 영수증을 뽑을 때 2024년 의료비 총액을 확인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본인부담 상한제 조회 서비스’를 함께 확인해 보세요. 보험료 경감 신청 내역과 상한제 환급 예정액을 함께 비교하면, 올해 의료비 부담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줄어드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③ 상병수당 제대로 받는 방법 🧾
아픈 것 자체도 힘든데, 일을 할 수 없어서 소득이 끊기는 것은 더 큰 불안입니다. 상병수당은 이런 상황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의 소득 일부를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일부 지역과 유형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저소득 가구에게는 특히 중요한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상병수당의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그리고 고용·소득 측면에서 증명하면, 그 기간에 대해 하루 단위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해 주는 방식입니다. 다만 사업장 위치나 거주지역이 시범사업 지역인지, 근로 형태가 제도 기준에 맞는지에 따라 대상 여부가 갈립니다.
예를 들어 2024년 5월, 인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이○○ 씨는 허리 수술로 4주간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주 6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며 월 23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는데, 수술과 입원으로 한 달 수입이 ‘0원’이 되었습니다. 이때 거주지와 사업장이 상병수당 시범지역에 포함되어 있고, 의사가 ‘4주 이상 근로 불가’라는 소견을 상병수당용 서식에 작성해 주면, 일정 기준에 따라 하루 단위 금액으로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병수당은 전국 어디서나 똑같이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정부가 선정한 시범지역·시범유형에서 단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25년 현재 자신이 상병수당 대상인지 확인하려면,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콜센터 안내를 통해 거주지와 사업장 주소가 시범사업 범위 안에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신청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의사의 상병수당용 진단서, 둘째, 근로 여부와 소득을 증명할 자료, 셋째, 실제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상병수당을 받는 동안 일을 하게 되면 기준에 따라 금액이 조정되거나, 부정수급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4대 보험 가입내역, 통장 입금 내역 등은 상병수당 신청 때만 필요한 서류가 아니라, 다른 복지제도 신청에도 반복해서 쓰입니다. 2023~2024년 자료를 폴더 하나에 모아두면, 갑자기 서류를 준비해야 할 때 당황하지 않고 제출할 수 있습니다.
- 1단계 : 상병 발생(질병·부상) → 병원 진료 및 입원
- 2단계 : 담당 의사에게 상병수당용 진단서·의학적 소견서 요청
- 3단계 : 근로·소득 증빙서류 준비(고용형태에 따라 다름)
- 4단계 :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방문 또는 우편·온라인 신청
- 5단계 : 심사 후 지급 결정, 지급 기간 동안 근로 여부 모니터링
큰 병원에는 보통 의료사회복지사가 상주하는 사회복지실이 있습니다. 상병수당뿐 아니라 재난적 의료비, 긴급복지, 지자체 지원까지 한 번에 상담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이나 장기 치료가 예정되어 있다면 2025년 진료 일정표를 들고 사회복지실을 찾아가, 받을 수 있는 지원 목록을 함께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④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 전 과정 따라가기 🚑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이름 그대로 “우리 집 형편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주는 제도입니다. 저소득 가구에게는 상병수당, 본인부담 상한제와 함께 꼭 알아두어야 할 마지막 안전망에 가깝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구의 소득·재산 수준과 비교했을 때 의료비가 과도하게 큰가, 둘째, 그 의료비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선별급여·예비급여 항목 등에 해당하는가입니다. 다시 말해, 비급여 항목만으로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기 어렵고, 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한 고액 의료비에 대해 일정 비율을 도와주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4인 가구 B씨 가정(중위소득 60% 수준)이 2024년 7월 위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1년 동안 총 2,200만 원의 급여 본인부담금을 쓰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반영해 계산한 ‘재난적 의료비 인정 기준’을 크게 초과한다면, 일정 비율(예: 50~70%)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상한액(예: 연 3,000만 원 이내 등)도 함께 적용됩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마지막 순간에 발견하는 비밀 통로 같지만, 사실은 미리 알고 있어야 제대로 쓸 수 있는 제도입니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끝나고 나서 신청’이 아니라, 치료 전부터 병원 사회복지실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수술과 치료를 모두 마친 뒤라도, 일정 기간 안이라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4월~9월에 발생한 의료비라면, 2025년 상반기까지 신청 기한이 남아 있는 식입니다. 진료비 영수증과 진단서, 소득·재산 증빙을 모아두었다면, 늦게라도 도전해 볼 만합니다.
신청 과정은 보통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먼저 병원 원무과·사회복지실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상담센터(129) 등에 연락하여 해당 가구가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 1차 상담을 받습니다. 이후 구체적인 소득·재산 조사와 의료비 검토를 거쳐 지원 여부와 금액이 결정됩니다.
고액의 최신 항암제, 도수치료,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항목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일부만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4년 10월에 C씨가 사용한 1,500만 원의 비급여 항암제 비용이 모두 인정되지 않아 당황한 사례도 있습니다. 큰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급여로 대체 가능한지, 다른 지원이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 의료 서류 : 진단서, 소견서, 입·퇴원 확인서, 수술 기록 등
- 비용 서류 : 진료비 상세 영수증, 카드·통장 거래 내역, 약국 영수증
- 가구 정보 :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임대차계약서
- 소득·재산 : 근로·사업 소득 증빙, 금융재산·부동산 관련 서류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에 1,000만 원의 급여 본인부담금을 낸 뒤 상한제로 400만 원을 돌려받고, 남은 600만 원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를 60% 지원받아 36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는 식입니다. 각 제도가 서로 배제되는지, 아니면 순서대로 함께 쓸 수 있는지는 꼭 상담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⑤ 지자체·병원 추가 의료비 지원과 민간보험 정리 ✍️
국가 차원의 제도 외에도, 시·군·구나 병원에서 운영하는 의료비 지원 사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한 암 치료비, 희귀난치성 질환 의료비, 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등은 지역별로 이름과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 부담을 크게 줄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는 2024년 기준으로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항암치료 중인 저소득 암 환자에게 연간 최대 300만 원의 의료비를 추가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같은 해 경기도의 한 시에서는 희귀질환 아동을 돌보는 가구에 연 200만 원 한도의 지원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보는 보통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창구나 시·군·구 홈페이지 공지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비 지원이 뭐가 있나요?”라고 한번만 물어봐도, 생각보다 다양한 사업 안내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무엇인지, 연령·질환·소득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된 리플릿을 모아 두면, 가족이 아플 때 어떤 순서로 신청해야 할지 감이 잡힙니다.
병원 자체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병원비 감면, 후원 연계도 꼭 점검해야 합니다. 종합병원 이상 규모에서는 병원 자체 기금이나 외부 재단과 연계하여, 입원 중인 저소득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거나, 분할납부를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사회복지실이나 원무과에 문의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수술비나 입원비가 500만 원 이상 나왔는데 한 번에 결제하기 어렵다면, 결제 창구에서 바로 포기하지 말고 “분할납부나 저소득층 감면 제도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2023년 ○○병원에서는 저소득 가구 환자에게 입원비 300만 원을 10개월 분할납부로 조정해 준 사례가 있습니다.
한편, 저소득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면 민간 건강보험 구조를 정리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보험료가 월 30만~40만 원을 넘어가는 가구라면, 그중 일부는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특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복 보장, 실손의료보험과 겹치는 항목, 이미 나이·건강 상태 때문에 활용이 어려운 보장 등을 점검해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면, 그만큼의 돈을 당장 병원비나 생활비에 돌릴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많은 금융소비자 단체에서 권하는 기본 원칙은 “실손의료보험 1개 + 꼭 필요한 몇 가지 정액형 보장만 유지하기”입니다. 현재 가입된 보험증권을 모두 모아, 보장 내용이 겹치는 항목은 없는지, 월 보험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한 번 점검해 보세요. 불필요한 특약을 정리해 월 10만 원만 줄여도, 1년이면 120만 원의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1단계 : 주민센터 방문 →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사업 목록” 문의
- 2단계 : 시·군·구청 홈페이지 → 복지·보건 메뉴에서 ‘의료비 지원’ 검색
- 3단계 : 치료받는 병원 사회복지실 상담 → 병원 및 재단 연계 지원 여부 확인
- 4단계 : 필요시 복지 상담전화(예: 보건복지상담센터 129)에 추가 문의
⑥ 저소득 가구 의료비 절감 실전 체크리스트 ✅
여기까지 살펴본 제도들을 실제 생활에 옮기려면, 머릿속에 흩어진 정보를 체크리스트처럼 하나씩 점검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 번에 모든 제도를 완벽하게 쓰지 못하더라도, 지금 당장 한 가지라도 실행에 옮기면 그만큼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먼저 “지금 상태 점검”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가구의 건강보험 자격(건강보험·의료급여), 최근 1년간 의료비 사용액, 현재 내는 건강보험료, 가입 중인 민간보험 현황을 한 종이에 적어 보는 것입니다. 2024년~2025년 진료비 영수증, 연말정산 의료비 자료, 카드 명세서를 모아 보면 생각보다 큰 금액이 의료비로 빠져나가고 있을 수 있습니다.
- 건강보험·의료급여 자격 확인 :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앱 또는 고객센터, 주민센터를 통해 본인과 가족의 자격 유형을 확인합니다. 의료급여 대상인데도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고 있었던 사례도 있으니, 이 부분을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 보험료 경감·분할납부 가능 여부 확인 : 최근 6개월 사이 소득이 줄었거나 실직했다면, 보험료 경감·유예 신청 대상인지 문의합니다. 체납이 생겼다면 분할납부 계획을 세워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 상병수당·재난적 의료비 해당 가능성 점검 : 장기 치료나 입원, 소득 단절이 있었다면, 시범사업 지역 여부와 재난적 의료비 대상 여부를 간단히라도 체크합니다.
- 지자체·병원 지원, 민간보험 정리 : 우리 지역 지자체의 의료비 지원 사업, 병원 사회복지실 상담 가능 여부, 현재 가입된 보험의 중복·과다 여부를 목록화합니다.
2025년용 가계부 맨 뒷장에 ‘의료비 절감 체크리스트’ 페이지를 따로 만들고, 위 항목들을 적어 두세요. 그리고 병원 진료를 볼 때마다, 또는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하나씩 체크해 나가면, 어느 순간 “이제 우리 집 의료비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미리 상담하는 습관”입니다. 보통은 의료비 고지서를 받아 든 뒤에야 허겁지겁 제도를 찾기 시작하지만, 사실 큰 수술이나 고액 치료가 예상될 때 미리 상담을 한 번만 받아도 선택지가 훨씬 넓어집니다. 예를 들어 3개월 뒤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면, 지금 당장 사회복지실이나 주민센터에 예약을 잡아 둘 수 있습니다.
혼자서 모든 제도를 파악하고 신청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건강보험·상병수당, 다른 한 사람은 지자체·병원 지원과 민간보험 정리를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훨씬 수월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는 인터넷 검색과 서류 스캔, 부모님은 주민센터 방문과 상담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매달 1일에는 건강보험료와 민간보험료가 통장에서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확인하고, 매분기(3개월마다) 한 번씩 지난 분기의 의료비 영수증을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1년에 한 번, 상반기 혹은 연말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주민센터·병원 사회복지실 상담을 한 번씩 받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저소득 가구라도 의료비로 인해 삶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조금씩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 마무리
저소득 가구의 의료비 문제는 단순히 숫자 몇 줄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픈 가족을 돌보며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두 정거장을 걸어가는 마음, 약값을 먼저 내야 할지 전기요금을 먼저 내야 할지 밤새 계산기를 두드리는 마음이 함께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비를 줄이는 일은 ‘돈’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와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 주변에는 건강보험료 경감, 본인부담 상한제, 상병수당, 재난적 의료비 지원, 지자체 의료비 지원, 병원 사회복지실, 민간보험 정리 같은 여러 도구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제도들은 한 번에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한 가지 제도만이라도 실제로 전화 상담을 해 보고, 서류를 한 장이라도 떼어 본다면 분명히 상황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작은 행동이 쌓일수록, 의료비 때문에 무너질 뻔했던 가계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우리 집 형편에 병원비는 늘 두려운 존재였지만, 제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의 크기는 충분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오늘 한 걸음을 내디딘 당신과 가족의 건강, 그리고 내일의 숨 쉴 틈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